‘원스트라크 아웃제', 건설업계 '독' 지적
‘원스트라크 아웃제', 건설업계 '독' 지적
  • 이용원
  • 승인 2018.07.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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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계에서는 하도급대금 부당 삭감·결정 관련 ‘원스트라크 아웃제' 도입이 건설업계에는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률적 판단 기회도 없이 공정위 고발조치만으로 건설사들의 생사를 가르는 영업 규제를 시행할 경우 불공정 하도급 근절보다는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삭감한 행위로 고발된 원도급자를 공공시장에서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소위 하도급대금 및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도급대금의 부당 결정, 삭감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한 차례의 고발조치만 받아도 모든 공공입찰시장에서 입찰참가가 제한된다. 현행 2.5점의 고발 벌점을 5.1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 고발과 동시에 모든 공공 발주기관에 입찰제한 제재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제재기간은 발주기관이 자체 규정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누적 벌점에 따라 통상 3∼6개월 정도의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원도급사에 대한 일방적이고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발조치 등 공정위의 판단과는 별개로 하도급 계약관계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많고 소송 등 법률적 판단을 받아야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민간기업끼리 유지했던 오랜 계약관행이나 업체 간 특수한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위 조사·결정만으로 기업의 존폐와 직결될 수 있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무리한 규제라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담합 등 중대사건들만 보더라도 공정위가 법원에서 패소해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고발 한번으로 공공시장 퇴출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일방적 규제보다는 상생관계 구축을 위한 기업 및 시장환경 조성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특히 과도한 제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도급대금 증액 등을 목적으로 한 신고사건이 폭주할 수 있고, 하도급사가 원도급사에 압력, 협박을 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타고 원·하도급사 간 공사비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데, 원도급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며 “원·하도급사 계약상 갈등과 분쟁에 관해서는 일방적 규제가 아니라 조정, 중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시스템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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