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다운 봄이 올 것인가?
봄다운 봄이 올 것인가?
  • 김규원
  • 승인 2017.02.1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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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원 편집고문

18일은 절기상 우수(雨水)였다.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초목이 싹트는 시기이다. 추위가 다 물러간 건 아니지만, 낮이면 포근하고 바람에서 봄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때다. 아직 덜 풀린 얼음도 땅 밑에서는 이미 녹기 시작하여 산골짜기에서는 졸졸 실개천의 물이 불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소생과 생명의 계절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기이다.

이 나라에도 오랜 세월 동안 불온한 세력이 권력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고, 안보를 구실로 국민에게 위기감을 불어넣어 강권통치가 이어지는 겨울이 계속됐다. 걸핏하면 붉은 칠을 해대고 종북이라는 사전에 없는 단어로 몰아세워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가짜보수의 정치에 국민은 혼돈에 빠졌었다.

그야말로 영혼이 비정상인 여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놓고 비선(秘線)이 설치고 독재의 향수에 빠진 집단과 영악한 사익추구 집단이 나라를 흔들었다. 비정상의 정치는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비선 내부의 갈등으로 세상에 드러나, 거대하고 뜨거운 촛불의 힘에 탄핵이라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암흑 속의 진실을 파헤치는 가운데 비선과 졸개들, 독재시절의 수법으로 국민을 옭아맨 자들, 비선에 영합하여 학자적 양심마저 팔아먹은 자들이 구속되었고, 마침내는 비선과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어 재산을 불리고 재벌승계의 확실한 위치를 구축하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17일 구속됐다.

특검으로서는 큰 산을 하나 넘은 셈이고, 쪼가리 그림을 맞추는 ‘직소 퍼즐’에서 가장 어려운 조각을 찾아낸 셈이다. 더구나 특검 연장 의견서를 총리에게 내놓은 상황에서 연장해야할 분명한 이유가 추가되었다. 아울러 뇌물을 주어 삼성물산의 합병을 이끌어내도록 했다는 뇌물죄가 적용됨으로써 그 뇌물을 요구했던 박대통령에게 특검의 칼이 겨누어지게 되었다.

이 나라 재벌 총수들이 대부분 구속이라는 쓴 맛을 보았는데, 삼성은 고 이병철 총수 시절부터 이건희 시절까지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켰지만, 용케도 구속은 면했다. 그리고 지난번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영장발부를 피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돈의 힘이 구속을 면하게 했다고 분노했다.

끊임없이 자행된 유전무죄에 쌓인 국민들의 분노는 18일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특검에 출두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보며 법이 아직은 살아있기도 하다는 사실에 안도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재청구되었을 때 국민의 시선은 과연 영장 실질심사에서 영장이 발부될 것인가에 쏠렸었다.

담당 한정석(40) 판사가 김종, 장시호, 송성각 등과 이대 입학처장 남궁곤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면서도 최경희 이대 총장의 영장은 기각했던 점과 20일 부터는 제주지원의 부장판사로 발령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마지막 영장을 과연 발부할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심사 때에 20분간 휴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식사도 거르며 사건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였다고 한다. 이 구속을 두고 태극기 세력의 비판이야 예상한 일이지만, 조중동이 한 목소리로 특검을 비난하고 나선 일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세 거대 신문의 논조는 ‘권력이 기업의 팔을 비튼 사례일 뿐’이라는 주장과 함께 ‘재벌 손보기로 번지는 느낌’이라거나, ‘박 대통령을 겨냥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판을 너무 크게 키우고 있다.’ 등이었다. 또 영장 발부 이전에는 ‘경제계에서 삼성의 위치 및 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협박성 논조도 빠지지 않았다.

그들의 논조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이야 기왕에 힘 떨어진 존재이니 털어버려도 되지만, 이 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은 끌어안아야 오래도록 광고를 받아먹고 서로 좋은 게 좋은 사이로 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보인다. 또 특검이 판을 너무 키우고 있다는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적당히 하고 덮어야 누리고 살던 기득권층이 편안하다는 말이다.

국민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데, 수구 언론과 태극기 세력과 기득권층은 누리던 것을 계속 누리겠다는 심보를 드러내고 있다. 여태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부조리가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봄볕이 더 포근하고 따뜻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고 기다리는 봄은 누구나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노력한 만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비록 그것이 꿈이라 해도 봄다운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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