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세상 ①
사람과 세상 ①
  • 박상만
  • 승인 2016.11.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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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설립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송영숙(51) 씨

본지는 어려운 세상과 마주하여 부딪히고 깨어지면서도 다시일어서는 ‘사람 이야기’를 진솔하게 엮어보려 합니다. ‘기어이 이루겠다.’는 집념과 용기를 지닌 소박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 제보를 바랍니다. /편집자

 

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설립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송영숙(51) 씨

                            송영숙 씨

“비장애인은 독학도 할 수 있지만, 중증 발달장애인은 반드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힘들게나마 세상과 어울릴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교육이 필요한 그들에게 배움터를 마련해주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홀로설 수 없는 아이, 정훈이.

송 사무국장은 1991년 둘째 아이 김정훈을 낳았다. 자라면서 어딘지 남달라 보이는 정훈이는 18개월이 되었을 때, 발달장애로 판명이 되었다. 청천벽력이었다. 혹시나 하여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을 받았지만, 병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평생 홀로설 수 없는 아이, 세상과 어울릴 수 없는 아이가 내 아이라니 기가 막혔다. 그 절망감과 분노와 억울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체념으로 변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비슷한 상황의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게 되고, 더 어려운 아이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만 가슴앓이를 하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많은 발달장애아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보통사람과 다른 움직임과 지적수준, 행동양식 때문에 차별을 받고 무시되는 아이들이 장애인 학교를 마치면 갈 곳이 없었다. 그런대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줄 아는 아이들은 취직을 하기도 하고 나름 이런저런 작업을 해서 푼돈을 벌기도 한다.

       평생학습 주간 행사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

그러나 정훈이 처럼 중증인 아이들은 24시간 끊임없이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는데, 대개의 아이들은 생업에 쫒기는 부모들이 돌보지 못해 방치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비장애인들은 한번 배우면 그것을 오래 기억하고 습성화하여 유지하는 능력이 있지만 중증 발달장애인은 학습할 때는 조금 진도가 있다가도 학습이 중단되면 빠른 속도로 퇴화하여 더욱 나빠지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평생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외국의 경우 그런 아이들은 평생교육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학습의 효과를 보고, 발전하기도 한다는 것을 안 송영숙 씨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이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꿈이다.

 

포기한 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협조와 이해, 동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같은 처지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중증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미 지치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여서 거의 모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경우가 많았다. 자포자기의 부모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힘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세상을 설득하러 나서기까지가 가장 어려웠다. 몇 번이나 “그만두어 버릴까?”하는 좌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정훈이의 천진한 미소였다.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는 아이를 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송 씨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부모들을 설득하고 뜻을 모은 다음에 밖으로 나와서 부딪힌 세상은 더욱 차갑고 험난했다. “발달장애인에게 교육은 무슨 소용이야? 배워서 쓸데가 있어야지? 공연한 짓 하지 말아요.”라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면박을 당하면서도 주변부터 설득을 계속해 나가며 조금씩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휴식지원 행사를 마치고

드디어 교육기관 건립 결정

그리고 2012년 가을에 군산시로부터 발달장애인평생교육기관 건립 결정을 얻어냈다. 2013년부터는 매년 토론회를 열어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 인식이 달라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 사람들 가르쳐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라던 사람들이 “정말 그런 사람들은 평생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마음이 달라져 이해하고 격려할 때 “그동안의 어려움과 설움이 한꺼번에 삭아 내리더라.”며 송 사무국장은 얼굴을 돌려 눈물을 감추느라 애썼다. 그 눈물에는 막혀있던 세상에서 새로운 빛을 본 감격과 기쁨이 내포되어 있었다.

2015년 군산시 예산에 드디어 교육기관 건립예산이 계상되어 12월에 군산시 성산면 금강공원내 부지 6,001㎡에 연건평 4,300㎡의 건물을 착공했다. 국비 42억원, 특별교부세 6억원, 도비 14억원, 시비 110억원 등 도합 172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8년 초에 완공할 예정으로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의 범주 안에 들 수 있어야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송영숙 씨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건물이 완공되어 교육이 시작될 때 그 운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다. 시에서는 민간위탁 등의 손쉬운 방법을 생각하는 듯하지만, 공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면 교육의 질이나 운영상 수지 문제 등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이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관계로 누구도 경험이 없고, 교육제도 안에 들어있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육부나 전라북도 교육청 등을 찾아다니며 이 교육기관이 공교육 제도의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기관을 만들어달라고 하소연 할 때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평생학습 기관 조감도

도와주신 이들에 고마운 마음을

송 씨는 기관을 짓게 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군산시 문동신 시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과 강성욱 시의원님 등 시의회 의원님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간절했던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꼭 적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 평생교육기관이 공교육의 한 갈래가 되어 전국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이 들어설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녀의 간절한 소망이 아름답게 맺을 수 있기 바란다.

군산/박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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