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소주값
  • 전주일보
  • 승인 2016.10.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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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시인은 '소중한 친구들이/함께 모인 자리에/술이 빠질 수 없다'면서 '삼겹살 같은 사람은/소주 같은 친구를/ 만나야 한다/그래야 마음이 편하다‘고 읊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도/열심히 일하고/찌푸린 일상에/그만 지친 그대여/이제 편히 쉬어도 좋다'고 '소주와 삼겹살'에서 친구를 떠올렸다. 공광규 시인은 '소주병'에서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빈 소주병이었다'며 아버지를 '빈 소주병'에 비유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에서 인생을 읊었다. 첫 연을 '울지말게/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고 시작한 뒤,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그거야 그때 뿐이지/어느 날 큰 비가 올지/그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 갈지 누가 알겠나'라며 소주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소주는 시인들의 무한한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그 만큼 일반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했던 게 소주일 게다. 그래 소주는 인생이고. 아버지고, 친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그런 서민의 술, 소주를 올해부터는 마음대로 마시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소주회사들이 연말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면서 출고가 1,000원, 음식점가 5,000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출고 가격을 5.52%, 병당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불을 당겼다. 이어 맥키스(대전·충남)와 한라산(제주), 무학·금복주(영남권) 등도 출고가 1천원 시대에 동참했다. 마지막, 롯데주류는 지난 4일부터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인상, 방점을 찍었다. 우리지역 보해는 아직 인상안을 확정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소주값 인상소식에 누리꾼들의 쓴 소리가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dlcn****'는 "소주 한 병에 5천원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크구나. 안줏거리만 사서 집에서 먹는 게 낫겠다"고 썼다. 다음 이용자 '유첨지'는 "서민들 먹는 음식 가격은 인정 사정 없이 올려버리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음식점 갈 때 앞으로 도매점에서 소주 한 몇 병씩 사서 갑시다"라고 비꼬았다. 네이버 아이디 'haen****'는 "죄다 오르는 구나…. 서민의 친구인 소주 한 병이 식사 한 끼라니, 식당에서는 밥만 먹어야 겠다"고 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아랑곳 하지 않은 주류회사들의 소주값 인상행렬. 시인들은 앞으로 소주를 어떻게 읊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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