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정 마뜩하다(제법 마음에 들다)
전주시정 마뜩하다(제법 마음에 들다)
  • 전주일보
  • 승인 2016.08.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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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길 주필

전주시 간선도로(幹線道路)의 횡단보도 곳곳에 보행자들을 위한 천막이 설치 됐다. 전주시에서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잠시나마 햇볕을 피하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이 천막이 쏟아 내리는 땡볕을 막아 주는데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우리말에 마뜩하다는 말이 있다. 제법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전주시정이 제법 마음에 든다. 박 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시행한 주요정책들인 이른바 ‘희망씨앗’ 100개 가운데 시민들이 으뜸으로 뽑은 것은 점심시간대(오전11시~오후2시)에 왕복6차선 미만 도로변에 있는 영세한 식당 앞에서 주차단속을 완화한 정책이었다.

시민들은 이어 ‘골목 형 소형 소방차 개발과 도입’은 물론 ‘119생활구조대 5분내 현장 도착’ 등을 우수정책으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시민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아이디어도 모았다.

이중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한 것은 짐짝 취급하는 버스의 난폭운전을 바로 잡는 방법으로 적정 ‘빠름’ ‘과속’ 등 ‘버스속도 경고등’ 표시였다. 서울시민들이 부대끼는 교통의 문제, 쓰레기문제 등등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문제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도 목구멍 가래가 되어 있다.

점심시간 5,000원짜리 된장찌개 한 그릇 사먹고 나왔는데 4만 원짜리 딱지 떼고 나면 잘못은 뒷전이고 속된 말로 뚜껑 열리고 입에 욕이 달릴 수밖에 없다.

출근 길, 패인 도로가 눈앞이다. 피할 사이가 없다. 차가 덜컹한다. 차 밑 어느 한곳이 내려앉은 것은 아닌지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요철을 방치한 시정에 대한 불만이 욕이 되어 나온다. 우리 동네의 도로는 낮 시간대에도 차량왕래가 뜸할 정도로 한가한 도로다.

하지만 단속 차량의 경고음이 시도 때도 없다.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갓길주차 단속에 속을 상한다. 허가 받지 않는 갓길 주차는 불법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불편한 사실일지라도 이 엄연한 사실은 사회적 삶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연속적 삶 속에서 불완전한 사실을 좆아야만 하는 일은 그래서 힘들고 때로는 거센 반발로 다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잊는다.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자체장들은 뉘라 할 것 없이 사람중심의 시정을, 군정을 약속한다. 전시행정을 멀리하고 시민의 삶을 살피고 챙기는 시정이 되도록 생활정치로 거듭나겠다는 것도 수학공식처럼 공식이 된다.

상식이 통하고 대화가 통하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약방의 감초처럼 감초가 된다. 하지만 자리가 잡히면 관료주의로 바뀐다. 독선적 권위주의와 행정적 형식주의, 무사안일 책임전가, 규정 만능주의에 빠져 든다. 탁상행정으로 부지하세월이라는 것이 지방자치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전주시는 파인 도로를 바로바로 땜질한다. 일본의 거리처럼 깨끗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도로변에 방치 된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는 하지 않는다. 발등에 떨어진 불 한강물로 끌 수가 없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기들의 문제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즉 자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지 않는가. 작은 집이라 하더라도 청소 잘하고 비까번쩍한 장롱이 아니더라도 작은 장롱일망정 놓을 자리에 놓고 햇볕에 잘 말린 이부자리 있으면 부자 부럽지 않는가.

성급할 것 없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청소 잘하고 소극장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으면 손님 찾아오고 그래서 주머니도 두둑해지리라 믿는다.

횡단보도 그늘막이 분명 땡볕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다 안다. 그래도 이렇게 칭찬을 하는 것은 시정의 ‘배려’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꽃도 열매도 / 그게 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참외 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 사람 사는 것이 별 것 아니라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란다.’ 이종록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일에 대해 돌아오는 좋은 결과나 그 일에 대한 만족을 보람이라 한다. 보람을 찾는 일들로 전주시정이 바빠졌으면 싶다. /고정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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